영장 없이도 범죄로 인정…대법관 다수 '회의적'
"피·소변 검사와 달리 호흡측정은 미미한 인권침해"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대법원에서 20일(이하 현지시간) 음주운전 측정거부를 범죄로 보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해 논쟁이 벌어졌다.
현재 미국 내 알래스카, 플로리다, 하와이, 인디아나, 캔자스 등 13개 주에서 음주측정 거부를 불법로 규정한 가운데, 대법관 다수가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쳐 향후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관 다수는 음주운전을 엄중히 단속하고자 하는 법의 좋은 의도(good intentions)는 인정하지만, 영장 발부 없이도 범죄로 인정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미국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등이 20일 보도했다.
논쟁 대상이 된 사례는 미 중북부 미네소타와 노스다코타주에서 호흡측정을 거부한 뒤 기소된 이들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장 없이도 범죄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
미국 연방고등법원은 일반적으로 영장 없이 운전자와 차량 등을 수색할 수 없도록 한다. 단 경찰이 자신의 신변 보호나 증거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2013년도엔 경찰이 영장 없이 음주운전자의 피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다. 해당 판례는 이번 논쟁에서 음주 측정 거부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법관들의 주된 근거가 됐다.
영장을 발부하는 주체인 판사와 행정관이 24시간 내내 근무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음주운전 격퇴해야 생명 구한다
반면 음주운전에 대해 강경한 형사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법관도 있었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음주 측정이 술을 마셨다고 의심되는 이들과 잠재적 피해자 등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음주 측정거부를 범죄로 규정하는 데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인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피 검사를 통한 알코올 측정을 거부하는 이들의 목적은 그들의 혈액 안에 알코올이 측정되지 않기를 바라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왜 국가가 음주 운전자를 특별 대우해줘야 하는가"란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호흡측정도 인권침해에 포함?
70분 동안 이뤄진 토론에서 주요 쟁점은 '호흡측정'에 관한 것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호흡측정이 정당하다고 하는 측은 작은 상자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은 미미한 인권 침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흡측정이 부당하다고 하는 이들은 호흡측정을 시행하기 전에 왜 경찰이 영장을 발부할 수 없느냐고 되물었다.
음주측정 거부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진보적 대법관 중에서도 일부는 호흡측정을 거부하는 이들은 형사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피·소변 검사와 달리 호흡측정은 인권 침해 정도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론의 여지 없이 호흡측정은 수색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수색이라도 인권침해에서 더한 것과 덜한 것이 있다"면서 "호흡측정은 피 검사보다 덜 인권침해적인 수색이다"고 주장했다.
논쟁의 마지막에 이르러 대법관 대부분은 타협하기보다 현재 법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미국 대법원에서 20일(현지시간) 음주운전 측정 거부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해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지난 2006년 12월 경찰이 한 여성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Photo by Joe Raedle/Getty Images)2016.04.2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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