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돌봄 기간 64개월
주 돌봄자 10명 중 7명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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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가운데)최혜정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이 지난달 말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실태조사’ 연구 최종보고를 하고 있다. |
[인천 세계타임즈=심하린 기자]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은 ‘시간 빈곤’에 시달리며 평균 5년 이상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돌봄을 하는 청소년·청년의 다수는 여성이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원장·황흥구)은 최근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가족돌봄청소년·청년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이들을 말하며 인천의 현황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분석하고 전문가에게 자문받아 정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연구 기간은 1~10월이다.
먼저 설문조사는 지난 4~6월 3개월간 온라인으로 13~34세 아픈 가족이 있는 청소년, 청년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설문은 △돌봄대상자 유무 △돌봄 여부 △생계책임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전체 유효응답자 1만5,647명 중 1,146명을 가족돌봄청소년·청년으로 분류했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12명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돌봄 시간은 주당 평균 27시간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돌봄을 맡은 청소년·청년의 돌봄 시간은 주당 39.9시간으로 평균보다 10시간 더 길었다. 주 돌봄자 비율은 43.9%(503명)다. 생계 부양과 돌봄을 모두 하는 비율은 78.9%(825명)로, 주 돌봄자가 주 40시간 근무한다면 일과 돌봄 외에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
직장 내 지위를 보면 상용근로자가 51.2%로 가장 많았으나 임시, 일용, 특수고용노동자도 41.6%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돌봄 기간은 64개월이다.
여기에 주 돌봄자 10명 중 7명은 여성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여성은 789명으로 68.8%, 남성은 31.2%다. 돌봄대상자는 조모, 아버지, 어머니 순으로 나타났고 돌봄이 필요한 이유는 중증질환이 28.4%, 장애 26.4%, 치매 19.8% 순이었다.
돌봄 부담은 청소년·청년들의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주당 15시간 이상 돌봄을 하는 청년들은 59.8%가 우울감을 호소했고 15시간 미만인 경우도 54.8%가 우울하다고 답했다. 또 우울감이 있는 주돌봄, 보조돌봄자는 각각 57.9%, 57.2%로 나타나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필요한 서비스로는 73.2%가 경제적 지원, 69%는 돌봄서비스, 68.2%는 이동지원, 68.1%는 가사서비스를 꼽았다. 반면 공공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42.4%로 서비스 안내와 연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도 달랐다. 18세 이하 청소년은 경제적 지원과 교육비, 문화활동 지원 등을 꼽았고 19세 이상은 가사서비스, 교육비 지원 등을 꼽았다.
이어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13~34세 인천 인구 중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동거하는 비율은 5.3%로 전국 평균 4.81%보다 약간 높았다. 지역별로는 강화군이 전체 인구 중 10.7%로 가장 높고 옹진군이 9.3%, 동구가 8.6%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로 보면 17~26세에 돌봄 비율이 집중됐다. 돌봄이 필요한 가구는 시각, 청각, 육체적, 정신적, 지적, 언어적 장애나 제약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참가자 12명의 평균 돌봄 기간은 6.7년이고 평균 나이는 26세다. 12명 모두 부모 이혼, 사망 등 가족해체를 겪었다. 8명은 기초생활수급자다.
20대 청년 A씨는 만성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수 년 전 부모님 이혼 이후 주 돌봄을 맡고 있다. 새벽 일찍 일과를 시작해 식사·간식 준비, 목욕, 의료 처치, 말벗, 청소, 빨래, 화장실 수발 등 하루 17시간 알람을 맞춰놓고 어머니를 돌본다. A씨가 일주일 중 쉬는 날은 타 지역에 사는 동생이 오는 주말 몇 시간뿐이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미래를 생각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30대 B씨는 어머니에 이어 외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5년 전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한 이후 외할머니의 건강도 악화하면서 같이 사는 B씨가 돌봄을 맡았다. 외할머니는 거동이 힘들고 시각장애가 있다. 그나마 최근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면서 시간이 생겼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연구는 연령대별 맞춤 지원과 함께 긴급지원, 생활안정, 미래보호 등 단계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학교, 병원 등과 연계한 발굴과 종합정보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심리·정서적 지원 역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를 맡은 최혜정 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은 돌봄을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아직 우리 사회에서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청년들의 존재를 잘 모르는 데다 지원의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이 앞을 나갈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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